🏃 2018 독기 가득품은 춘천마라톤 완주 후기 (42.195km)

2018-10-31 by real21c

1. 참가 동기

  • 2017년 트랜스제주 100km를 완주하고 선물로 부상을 얻었다. 2주뒤에 열린 춘마는 부상때문에 뛸 수가 없었지만, 코스를 답사해보겠다고 무작정 12km를 걸으면서 호송버스를 타서 복귀하여 응원대열에 합류했던 게 벌써 1년전이다.
  • 해가 지나서 2018년 올해는 춘천마라톤에 꼭 가고 싶었고, 트랜스제주 대회 참가도 포기… 정확히 말하면 100km를 뛸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였지만, 내 목표가 춘마가 우선순위였다.

2. 아침 루틴

  • 목표는 서브3였지만, 훈련이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들어 싱글을 목표로 잡았고, 정확히는 3시간 5분 안팍으로 들어오려고 구간별 페이스를 오른쪽 팔과 토시에 메모를 했다.
  • 아침 알람(4시 20분)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배변도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해결을 했다. 햄스트링에 테이핑과 함께, 거실바닥에 미리 세팅해놓은 옷을 입었다. 아침은 아미노바이탈 + 레드불 + 파리바게뜨 조각케잌 + 땅콩크림빵 + 비타민C 알약1정 + 마그네슘 알약1정.

3. 대회장 이동

  • 집을 나섰는데 밖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 시청역까지 가야하는데 카카오택시는 잡히지도 않았고, 겨우 1대 탔는데 비가 점점 세지고 있다ㅠ 서울 시청역에서 셔틀버스 3호차에 탑승을 하고 춘천을 가는길에 자다깨다 반복을 했다.
  • 긴장이 돼서 잠이 오질 않았고, 폰을 가지고 놀다가 다시 졸기 시작했고 반복하다보니 춘천에 도착했다. 비가 그쳤고, 해가 떠오르는 날씨를 보니 점점 긴장이 되었다.
  • 아침에 배변활동이 완벽하지 않아서 공지천내 화장실을 갔는데 줄서서 나오기까지 무려 35분이 걸렸다. 휴ㅠ 부랴부랴 복귀해서 겉옷을 벗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이 비는 완주하는 순간까지 그치질 않는다. 수중전은 경험이 많고, 그래도 싫지 않다.

4. 출발

  • 수다를 떨다가 출발 5분전 시작위치로 급하게 이동을 했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맨 앞으로 가기 위해 오른쪽 사이드에서 계속 파고 들다보니 어느덧 B그룹 맨앞. 그리고 채남이형을 만나서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 (혼자 있는거보다는 둘이 나으니까~)
  • 9시 5분 총소리와 함께, B그룹은 출발을 하였고, 채남이형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나는 페이스대로 조금씩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 B그룹 앞자리를 선점한 덕분에 길막힘 현상은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 또한 초반은 작년에 걸으면서 익숙했던 코스였기때문에 절대로 무리하면 안되는 곳이라고 나를 제어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내 페이스대로 쭈욱 밀고 나가면서 나름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들었다.

5. 레이스 후기(초반)

  • 뭔놈의 비가 이렇게 퍼붓는지 몸에 뒤집어 씌운 블랑켓은 바람의 저항으로 앞으로 전진하기 더 힘들었고, 장갑과 팔토시, 신발은 이미 다 젖어버렸다. 머릿속으로 잔머리를 굴렸다. 오늘은 살살 뛰고 중마에서 기록을 도전하는 것으로 변경할까?
  • 춘마를 위해 그동안 포기한것들과 연습한것들을 돌이켜보면, 나약한 생각을 하는 내 스스로가 실망스러웠다. 나는 우중주 트레일러닝 경험이 많으니까, 비를 맞으면서 뛰는 거도 나쁘지 않다고, 남들보다 유리하다고 괜찮다고 스스로 자위하면서 긍정 최면을 걸어, 걱정반 긍정반으로 한걸음씩 전진했다. 0~5km 21분 25초 5~10km 21분 25초 10~15km 21분 33초 15~20km 21분 39초 25~30km 22분 12초 30~35km 22분 58초 35~40km 25분 32초 42~finish 10분 15초

  • 5km, 10km 랩타임은 내 예상시간보다 빨랐다. 예전같으면 오늘 컨디션 좋은데 일낼 수 있겠구나 생각이지만, 지금은 후반가면 퍼지겠구나ㅠ 걱정과 함께 페이스를 조금 늦추면서, 내가 목표하는 시간으로 가는 것으로 레이스 전략을 체크했다.
  • 착시현상일까, 날씨때문일까 내가 달리는 길이 급경사가 아닌이상 올라가는 언덕인지 평지인지 감을 잡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비에 젖은 팔토시 때문에 몸에 온도가 점점 차가워짐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 한여름에 비맞으면서 트레일러닝을 했던 경험은 전혀 춥지가 않았는데, 지금은 가을이다. 바로 팔토시를 벗었고, 미안하지만 주로에 왼쪽 보도블록에 (치우기 쉬운곳)에 던져버렸다.
  • 15km, 20km 랩타임은 초반보다 늦추긴 했지만, 그래도 내 예상시간보다는 여전히 빨랐다. 페이스를 늦춰서 맞추려는 거보다 지금 이대로 페이스를 유지해보기로 한다. 작년에 호송버스를 타기까지 걸었던 곳이 12km 지점이라서, 이후부터는 진짜 춘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20km 에 도착했고 여기가 신매대교구나 생각하던차에 너무나 반가운 내 짝꿍 은찡이, 현숙이누나, 현재, 현지, (혜웅이 혜미는 나중에 사진보고 알았다) 멀리까지 와서 너무 고마운 힘이 되는 사람들!
  • 모두가 내 이름을 불러주고 파이팅을 외쳐주니 눈물나게 감동이었고, 너무나 멋진 순간이었지다. 연신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완주 이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목표를 향해 다른 생각 않고, 앞만 보고 집중했다.

6. 레이스 후기(중반)

  • 신매대교가 끝나는 지점(하프)은 비공인이지만 내 개인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이제는 지금까지 달려온 하프거리를 한 번만 더 뛰어보면 종료된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였고, 비를 맞으면서 계속 달렸다.
  • 주로에 사람이 없어서 좋았고, 런조이, 휴레 등.. 나와 비슷하게 달리는 선수와 섞여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달리다보니 페이스 유지에 도움이 된 거 같다.
  • 하프를 지나면서 오른쪽에 보여야 할 호수가 보이질 않고, 조용한 시골길을 달렸는데 조용한 평화로움속에서, 간간히 파이팅을 구수하게 외쳐주시는 어른들 덕분에 감사한 마음으로 힘을 낼 수 있었다만 제발 이놈에 비만 좀 그치면 좋겠는데, 생각뿐이다. 계속 쏟아진다.

7. 레이스 후기(후반)

  • 레이스전략을 세울때 후기에서 가장 많이 강조했던 32km 댐 언덕, 이제 마지막 10km가 남았다. 조금만 경사도가 높으면 보폭을 좁게, 최대한 지면에 기울여서 올라갔고, 내려올때는 근육이 무리하지 않도록 가볍게 달리려고 머릿속에 입력을 했으나, 계속 비를 맞았더니, 발은 불어있고 예상했던 에너지젤이 1개 부족해지면서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트레일러닝은 로드에서도 저런 경사도의 코스가 많은데, 저런걸 언덕이라고 한건가 싶고, 내가 생각했던 페이스보다 조금 느려졌지만 4:40/km 페이스로 달려도 싱글은 가능할거라 생각을 했다.
  • 그러나 좀 더 겸손했어야 했고, 내 자신을 컨트롤하면서 유지해야했는데, 정말 오만함 한가득이었다. -신매대교의 반대편지점에서 아더스크루를 다시 만났고, 크루러브 응원뽕과 여자친구의 포도알 에너지 보급을 받으면서 체력을 충전했다. 비를 맞으면서 달린게 혹시 쿨다운효과를 가져온것일까? 저체온증상이나 근육통이 없었기때문에 피니쉬까지 달리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내 폼은 엉망이다.ㅎㅎㅎㅎ
  • 점점 발이 무거워지고 느려지는 것을 체감했고, 정신적으로는 여기서 걸으면 안된다. 느리게 뛰더라도 절대로 멈추지는 말자면서 내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와 함께 달리는 러너들은 처음처럼 똑같이 달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힘들어보이는 사람도 발견되었다.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8. 레이스 후기(완주)

  • 소양대교 구간부터는 작년에 응원을 해봤기때문에 다시 익숙한 코스로 진입을 했다. 여기만 지나면 이제 피니쉬다 되뇌이면서 조금씩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경쟁하듯이 끌어주듯이 함께 달렸던 선수들과 다시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다보니 피니쉬에 가까워져갔다.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레이스도 끝이다.
  • 오늘을 위해서 평소보다 더 세심하게 여자친구로부터 보살핌 받았던 최근의 춘마특별기간(?), 트랜스제주도 포기했고(정확히 말하면 100km를 뛸 실력이 아직 안됨), 대회용 신발도 사고, 정말 운동도 열심히 하고자 했고(생각만큼 하지는 못했지만ㅎㅎㅎ) 여러가지가 필름처럼 지나가면서 피니쉬를 통과하고서는, 멀리서 나를 부르면서 기다리는 여자친구를 보고나서는 눈물이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ㅠㅠㅠ
  • 혹시나 페이스가 떨어진 37km 지점에서 시간을 벌었다면, 내가 싱글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지만, 이게 내 실력이다. 비가오지 않았다면?? 나만 비를 맞은거도 아니기때문에 날씨도 핑계일뿐이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 달리기는 정말 정직한 운동이고, 어떤 변명도 하면 안되는 거 같다. 동마때는 100일이 아니라 그 이상을 준비해서라도 개인 최고 기록을 만들고 싶고,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싶다. 이번 춘마를 통해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작년에 부상으로 춘마 DNF 아쉬움을 올해 풀었다는 거, 그리고 풀코스를 뛰고도 몸이 멀쩡하다는 것!! 나의 가장 큰 소득이다!

9. 결과

  • 날짜: 2018-10-28(일)
  • 장소: 춘천 공지천
  • 날씨: 기온 2도, 하루종일 비
  • 거리: 42.195km
  • 시간: 3시간 10분 6초 (4:30/km) 개인최고기록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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