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가 동기
- 2018 Vibram Hong Kong Ultra Trail Race(이하 HK100)
- 접수하면 대부분 참가할 수 있는 국내시장과 다르게, 홍콩에서 열리는 HK100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 참가를 허용하는 시스템이 나에게는 너무 흥미로웠다.
- 어떤 분위기인지 호기심과 함께, 일단 접수 신청해서 당첨이 되면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는데, 나같은 초보가 설마 되겠어라는 반신반의로 신청, 운이 좋았는지 당첨이 되었다.
2. 참가 준비
2.1. 대회 접수
- 막상 당첨이 되니 걱정부터 앞섰다. 아직까지 해외를 나가본 적 없이 없어서 뭔가 혼자서 해야되는 게 어렵고 부담감이 컸다. 홍콩에서 길을 잃으면? 다치면? 등… 걱정 한가득으로 당첨 기회를 포기할까 고민
- 그러나 주변에서 축하를 해주었고, 잘 할 수 있다는 격려의 힘이 정말 크더라. 앞으로 또 당첨이 될 거란 보장도 없고, 대회비 결제하며 본격적인 대회 준비 돌입.
2.2 항공, 숙소, 셔틀버스
- 항공은 제주항공으로 왕복을 예약했다. 금액도 마음에 들었고, 홍콩에 들어오고 나가는 일정이 가장 좋았다.
- 숙소는 홍콩 리갈 리버사이드 호텔. 비용이 있지만 대회측에서 준비해주는 호텔이 편하다.
- 아침에 대회장까지 이동하는 교통편도 대회측에서 제공해주는 셔틀버스를 예약했다. 여러명과 택시를 1/n 이용, 현지에 아는사람이 있다면 부탁하는 방법도 있음.
- KLOOK에서 3G/4G SIM카드와 선불충전 교통카드를 준비했고, 공항에 도착해서 수령완료.
2.3 장비
- 살로몬에서 최상급 라인이라 불리는 S/LAB ULTRA 트레일러닝화를 구매했다. 팔랑귀라서 좋다고하면 혹하는게 있지만, 무엇보다 살로몬의 신발이 나와 잘 맞는다.
- 시다스 맞춤 인솔은 대회때문에 준비했다기보다는 달리기를 하면서 관심이 생겨, 올해 제작한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장거리 대회를 앞두고 굿타이밍!
- 스포츠 아울렛 매장에서 필요한 이너웨어와 운동복을 준비.
- POWERBAR 마그네슘/HIGH5 에너지젤을 대량 직구로 뉴트리션을 미리 준비.
2.4 훈련
- 호이하,케이링하,지웰캠프,비콘힐 등.. 홍콩의 지명이 너무 어려웠다. 익숙해지려고, CP이름/거리/예상도착시간을 메모해서, 핸드폰 뒤에 붙여놓고, 틈만 나면 계속 보고 또 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했다.
- 엘리베이터는 원래 잘 안타지만, 에스칼레이터는 습관적으로 피하고 계단을 이용하고자 했고, 남산 등.. 높낮이가 심한 곳을 의도적으로 찾아서 달렸다.
- 지하철도 웬만한 거리는 가끔씩 달리기로 이동했다.
- 공식홈페이지에 올라온 코스영상을 계속 보고, 구글어스로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는데, 실전으로는 집근처의 산도 좋았지만, 여행의 느낌으로 서울에 있는 한양도성코스를 많이 찾았다.
HK100 거리/고저 트래킹
3. ICN 출국
- ICN 은 다리 다쳤을 때 바람쐬러 한 번 온적이후로 두 번째이다. 비행기 잘 탈 수 있겠지? 빠른 수속을 위해 집에서 여유있게 나왔다.
- 너무나도 어려운 면세점. 인천공항에서 구매하고 출국할 때는 문제 없었는데, 홍콩에서 출국할 때 액체 용량때문인지 수하물로 안붙였다고 압수 당했다. 결국엔 내 잘못이지만, 익숙치 않은 것들에 대한 부담감, 집중하느라 쏟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여담이지만 축구장 다니던 시절에는 제주원정만 가면 사람들이 면세점에서 담배 부탁을 한다. 나는 냄새만 맡아도 짜증나죽겠는데… 앞으로 구매대행 부탁은 NO!
- 붐비는 공항이 역동적이고 뭔가 맘에 든다. 아니 떠난다고 생각하니 설레서 그런거 같다. 너무 일찍왔는지 딱히 할거도 없고, 카보로딩 한다 생각하고 사먹은 빵이랑 커피가 공항 프리미엄인가? 이상하게 비싼 느낌이다.
4. HKG 입국
- 진짜 외국에 왔구나 신기한것도 잠시, 그냥 그랬다. 처음 해보는 입국수속 문제 없이 마치고, 공항에서 USIM카드 수령받고, 대회장으로 이동을 해야하는데 본격적으로 재밌어졌다.
- 지하철/버스를 환승하면서 창밖의 홍콩을 구경하기 바빴다. 미리 하차역을 다 검색으로 알아놔서, 구글지도로 현재 위치를 계속 확인하며, 대회장이자 숙소인 홍콩 리갈 리버사이드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까지 완료!
- 함께 숙소에서 지내기로 한 이종근선배님도 나중에 도착하셨고, 윤혜림선배님, 김성경선배님, 재승이까지 외국에서 만나니 너무 신기하고 의지가 많이 됐다.
- 홍콩은 쇼핑하러 많이들 간다고 들어서, 홍콩을 구경하고자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 궁금해서 나이키를 가봤는데, 한국이랑 다른게 거의 없다.
- 홍콩에서 처음보는 호카오네오네, 인스팅트 브랜드 저거 도대체 뭔데 이리 많은거야ㅎㅎ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트레일러닝 하면 빠질 수 없는 익숙한 브랜드이다.
4. 대회 D-1
- 아침운동으로 호텔근처의 싱문강을 달리고와서, 호텔 조식이라는 것도 처음 먹어봤는데, 인천촌놈 외국에서 신기한 경험 많이한다ㅎㅎ
- 호텔 근처 돌아다니기, 식사, 잠, 대회 오리엔테이션 행사 참가, 밥, 짐정리 바쁜듯 여유로운 듯 시간이 지나갔다. 한량이라면 이렇게 하루를 보냈을까?
5. 대회
5.1. 대회장 이동
- 새벽부터 일어나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팔등에는 코스맵 타투스티커를 촤악~
- 호텔 체크아웃하고 대회장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탑승한다. 미리 예매를 해놨기에 편하다.
- 대회장소에 도착했는데 긴장을 했는지 소변이 마렵다. 화장실 줄은 어찌나 길던지 한국인줄ㅎ 여튼 행사장 분위기는 너무 좋다. 컨디션도 기분도 좋아야 하는데, 같은 크루에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그래서 오늘 초반 상하의 복장은 검정색을 준비했다.
- 이번 대회 목표는 16시간안으로 GOLD 가 목표다. 완주 시간대별로 GOLD, SILVER, BRONZE 리워드가 있다. 상승고도가 별로 없는 초반 50km 까지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고, 중후반부터는 걷지 않고 오르는게 목표다.
- 출발시간: 8시
5.2. SP1 - East Dam (11km)
- 목표시간: 9시 18분
- 도착시간: 9시 6분 (10.0km/h)
- 우리나라 대회에 없는 SP가 생소하다. 예상시간이랑 비슷하게 도착했다. SP마지막의 이스트 댐구간의 저수지 위를 달릴 때 너무나도 시원했고, 정말 잊을 수 없다.
5.3. CP1 - Ham Tin (21km)
- 목표시간: 10시 40분
- 도착시간: 10시 17분 (8.4km/h)
- 본격적으로 산행구간 시작되었다. 수많은 돌계단 그리고 신나게 내려오는 다운힐 구간을 잊을 수 없다. 해변위의 모래를 달리는 구간은 지금도 너무 생생하고 좋았다.
5.4. CP2 - Wong Shek (28km)
- 목표시간: 11시 40분
- 도착시간: 11시 17분 (7.0km/h)
- 여전히 속도가 너무 빠르다. 목표시간보다 빠르게 도착. 해외에서 달린다고 너무 들뜨고 기분이 좋았나? 컨디션이 좋은 거 같진 않은데, 분명 오버페이스라는 것을 생각했음에도, 오로지 목표시간 16시간안에 통과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5.5. CP3 - Hoi Ha (36km)
- 목표시간: 12시 56분
- 도착시간: 12시 33분 (6.3km/h)
- 점점 느려지는 페이스, 목표시간보다 여전히 빠르다. 외국인 참가자들의 비율이 높아서 그런가? CP에서 제공되는 음식과 음료의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외국에서 먹는 따뜻한 초코우유가 맛있다^^
5.6. CP4 - Yung Shue O (45km)
- 목표시간: 14시 15분
- 도착시간: 14시 6분 (5.8km/h)
- 점점 느려지는 페이스, 이제 목표시간에 가까워지는구나 안심은 하면서도, 몸은 아주 힘들구나! 시작할 때 16시간안에 들어온다는 그 패기는 어디갔는지ㅎㅎㅎ 빨리 CP5 (드롭백)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5.7. CP5 - Kei Ling Ha (52km)
- 목표시간: 15시 32분
- 도착시간: 15시 47분 (4.1km/h)
- 목표시간보다 15분 초과. 그래도 코스의 절반 성공. 드롭백구간에 도착. 얼마나 힘들었냐면, 미리 준비한 신라면을 먹고 한국에 영상통화, 카톡을 하면서 나의 컨디션을 공유, 1시간을 넘게 쉬었다ㅎㅎ
- 오래 쉬어서 몸이 무거운 것인지, 몸이 무거워서 오래쉰것인지… 소변을 봤는데 하얀색/노란색이 아니고, 완전 갈색도 아니고 좀 애매한. 내가 봤을 때는 갈색에 가까웠다. 아.. 몸에서 이상신호가 온 거 같은데, 불안하다..
- 해드랜턴 착용 등.. 본격적으로 야간 달리기를 위한 새옷으로 갈아입고,장비를 정비하였다.
5.8. CP6 - Giwell Camp (65km)
- 목표시간: 18시 4분
- 도착시간: 19시 34분 (3.4km/h)
- 오는 길에 장비검사 하고, 뭐 필수장비야 모두 챙겼으니 무사 통과!
- 급격한 페이스 저하다. 목표시간보다 점점 느려지고 있다. 체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왼쪽 장경인대가 너무 아프다. 더 달리고 싶은데 진짜 뛸 수가 없으니 화가난다. 업힐은 그래도 스틱에 의지해서 걸어갈 수 있지만, 내려올 때는 스틱에 의지를 해도 무릎을 굽히는 각도가 크다보니 계속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참으면서 걸었다.
5.9. CP7 - Becon Hill (73km)
- 목표시간: 19시 35분
- 도착시간: 21시 43분 (3.7km/h)
- 계속 걸었다. 점점 느려지는 페이스, 16시간 GOLD 목표를 하향조정하여 SILVER, BRONZE 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레이스를 계속 이어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 남은 거리는 대략 30km, 걸어가면서 컨디션을 회복하고 진통제 먹고, 완주 가능할까?
5.10. CP8 - Shing Mun Dam (83km)
- 목표시간: 20시 43분
- 도착시간: 24시 2분 (4.3km/h)
- DNF
- 지금까지 달리기 하면서 생긴 통증중에는 최고로 아프다, 계속 참으면서 가느니, 그만하자!!
6. 반성 및 결과
6.1. 반성
- 장거리 경험이 너무 부족하니, 늘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하고 있다.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올라갔다면 통증없이 멀리 갔을텐데, 초반부터 스피드를 올렸더니 장경인대에 충격이 누적된 게 아닌가…
- 페이스 유지는 앞으로도 장거리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기준으로 전략을 잘 세워야할 거 같고, 장경인대뿐 아니라 내 몸에 데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달리기에 관련된 보강운동을 많이 배워야겠다. 산에 계단과 시멘트가 어찌나 많던지… 그때의 고통을 생각하니 다시 아파지는 거 같다.ㅎ
- Strava 기록
6.2. CP 결과
나의 달리기는 장경인대 부상으로 16시간만에 83km에서 종료되었다.
CP | 도착시간 | 누적시간 | 이름 | 거리/고도 |
---|---|---|---|---|
SP1 | 09:06:20 | 1h 6m 07s | East Dam | 11km / 280m+ |
CP1 | 10:17:24 | 2h 17m 11s | Ham Tin | 21km / 760m+ |
CP2 | 11:17:34 | 3h 17m 21s | Wong Shek | 28km / 1,110m+ |
CP3 | 12:33:47 | 4h 33m 34s | Hoi Ha | 36km / 1,320m+ |
CP4 | 14:06:13 | 6h 6m | Yung Shue O | 45km / 1,570m+ |
CP5 | 15:47:53 | 7h 47m 40s | Kei Ling Ha | 52km / 2,120m+ |
CP6 | 19:34:34: | 11h 34m 21s | Kei Ling Ha | 65km / 2,970m+ |
CP7 | 21:43:13 | 13h 43m | Kei Ling Ha | 73km / 3,420m+ |
CP8 | 00:02:39 | 16h 2m 26s | Kei Ling Ha | 83km / 4,120m+ |
CP9 | - | - | Kei Ling Ha | 90km / 4,270m+ |
FINISH | - | - | Kei Ling Ha | 100km / 4,820m+ |
7. Thanks to.
- ICN입국할 때, 문석이형/현숙누나가 바쁘심에도 마중 와주셔서 고생했다고 밥도 사주시고, 성현이형도 집에까지 데려다주었다. 깜짝 이벤트. 주변에서 너무나도 과분한 응원을 받고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는지 나도 기회를 찾고 있다.
- 16시간 완주한다는 입방정만 떨고, 완주하지 못해서 너무 챙피했다. 부상까지 상심에 컸는데, 당시 썸을 탔던(아니 나 혼자 짝사랑에 가까웠던) 그녀가 잘했다고 많은 위로해주었는데, 그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가 되었다.
- 방송사에서 감사하다고 언급하는 연말 시상식같은 분위기를 싫어하는데 조금 알 것만도 같다. 나까짓게 뭐라고ㅎ 응원에 모두 감사합니다.